최근 AI 관련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많은 분이 '혹시 AI 버블이 터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으시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금 AI 시장은 버블의 징후를 보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 버블이 그렇게 쉽게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버블이라면서 왜 안 터진다는 거지?" 궁금하실 텐데요. 여기에는 '연준(Fed)'이라는 아주 강력한 플레이어의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오늘은 연준이 왜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는지, 그리고 만약 이 버블이 터진다면 그 '유일한 붕괴 트리거'는 무엇일지 알기 쉽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버블은 무조건 나쁜 걸까? (ft. 닷컴 버블)

우리는 '버블'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버블은 인류 도약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과거 버블이 남긴 유산

19세기 '철도 버블' 당시, 수많은 철도 회사가 생겼다가 망했습니다. 고점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돈을 잃었죠. 하지만 그 버블이 끝난 뒤, 전 세계에는 '철도망'이라는 혁신적인 인프라가 남았습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IT 기업이 사라졌지만, 그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이 인터넷 인프라에 투자되었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인터넷 시대와 AI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었죠.

AI 버블, 기술 도약의 연료

지금의 AI 버블도 비슷합니다. 만약 이 정도의 광풍과 막대한 투자가 없었다면, AI는 여전히 바둑이나 두는 수준에 머물렀을지도 모릅니다. 버블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이 AI 기술 개발에 쏟아지고 있고, 이는 우리 삶을 바꿀 기술 혁신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현재 AI 시장, 명백한 과잉 투자 신호

물론 버블은 버블입니다. 과거 버블 붕괴의 공통적인 원인은 **'과잉 중복 투자'**였는데요, 지금 AI 시장이 딱 그렇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일론 머스크... 이름만 대면 알만한 빅테크들이 모두 각자의 AI 모델(LLM)을 만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과 아마존은 '보험'처럼 경쟁사인 앤트로픽(클로드)에 수조 원을 투자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중복 투자를 하고 있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그리고 한국의 네이버, SKT까지 이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IT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스마트폰 OS가 결국 애플과 구글 두 개로 정리되었듯이, 이렇게 난립한 AI 모델들도 결국 소수의 승자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정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조정 과정이 바로 버블 붕괴의 모습일 겁니다.

"AI 버블은 아직 괜찮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

그렇다면 이 버블은 언제 터질까요? 버블 붕괴의 방아쇠는 항상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과거 철도 버블도 영국은행이 금리를 10%까지 급격하게 올리면서 붕괴했죠.

하지만 지금 연준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① 연준의 자발적 금리 인상? "가능성 Zero"

연준은 바보가 아닙니다. 지금처럼 자산 시장에 버블이 잔뜩 낀 상황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급격하게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연준 스스로 버블을 터뜨리는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② 중소형 은행이 파산한다면? "양적완화로 해결"

"미국 경제가 양극화가 심해서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처럼 중소형 은행이 또 망하면 어떡하냐?" 물론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신용 경색이 발생하면 자금줄이 막힌 AI 기업들이 위험해질 수 있죠.

하지만 연준에게는 **'양적완화(QE)'**라는 만능 치트키가 있습니다. 신용 경색 조짐이 보이면, 연준은 즉시 양적긴축(QT)을 중단하고 다시 돈을 풀어 시장을 안정시킬 겁니다.

③ 시장 금리가 멋대로 오른다면? "역시 양적완화"

정부의 국채 발행이 너무 많거나 AI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너무 많이 발행해서 시중 자금이 말라버리면,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 금리가 저절로 오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연준의 대응은 같습니다. 양적완화로 국채를 사들여 시장 금리를 인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습니다.


유일한 붕괴 트리거: 통제 불능의 '인플레이션'

자, 이제 핵심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AI 버블은 영원할까요? 아닙니다. 이 버블을 터뜨릴 수 있는 유일한 붕괴 트리거가 딱 하나 남아있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연준의 '만병통치약(양적완화)'이 부를 재앙

앞서 연준이 신용 경색이나 시장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양적완화(돈 풀기)'라는 카드를 쓸 거라고 했죠? 바로 이 부분이 문제입니다.

2022년 우리가 경험했듯이, 시장에 돈을 무제한으로 풀면 물가가 미친 듯이 치솟습니다. 즉, 연준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 만병통치약(QE)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더 큰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죠.

연준이 '강제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

연준의 가장 큰 목표는 '물가 안정'입니다. 만약 양적완화의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4%, 5%를 넘어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연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AI 버블이 터지고 경제가 박살 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강제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AI 버블의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붕괴 트리거입니다.


결론: 진짜 적은 '버블'이 아니라 '물가'입니다

최근의 주가 하락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이익 실현' 움직임일 가능성이 큽니다. 장기적으로 연준은 어떻게든 돈을 풀고 싶어 할 겁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AI 버블 그 자체가 아닙니다. 오히려 연준의 돈 풀기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나는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이런 변동성 장세에서는 잦은 매매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파도를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AI버블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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