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공급 47만 가구의 착시, 재개발·재건축 계획은 많은데 왜 새집이 없을까?

서울은 공급계획보다 사업 속도가 문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서울의 주택공급 문제는 개발할 지역을 찾지 못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정되거나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착공까지 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멈춰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지는 336곳, 계획된 주택은 총 47만3,678가구입니다. 하지만 2026년 8월 현재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32곳, 4만3,638가구뿐입니다.

사업장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약 9.5%만 공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공급계획 47만 가구와 실제 공사 물량 4만 가구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출처: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

정부가 ‘닥치고 공급’을 강조하려면 새로운 후보지와 예정 물량을 계속 발표하기보다 이미 추진 중인 336곳이 왜 착공하지 못하는지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계획된 물량은 실제 공급이 아닙니다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몇 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공급의 출발점입니다.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를 거쳐 착공해야 비로소 실제 공급이 시작됩니다.

착공한 뒤에도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예정 물량을 현재 공급되는 주택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서울 주택공급을 평가할 때는 세 가지 숫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업을 계획했는지, 그중 몇 곳이 착공했는지, 최종적으로 몇 가구가 입주했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된 사업을 실제 착공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

서울은 외곽 신도시처럼 대규모 택지를 새로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기존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재건축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서울 주택공급의 90% 이상이 민간 동력으로 유지돼 왔으며, 시민이 선호하는 아파트 공급의 핵심도 정비사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서울시 팩트브리핑, 「신속한 주택 공급의 지름길, 바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입니다)

이러한 시장 구조에서 공공개발만 확대한다고 서울 전체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공공은 사업성이 낮아 민간이 참여하기 어려운 지역을 지원하고, 민간이 추진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공공은 필요한 지역에 집중하고, 서울 주택공급의 중심은 민간 정비사업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나누자는 것입니다.

규제가 공급을 늦추는 과정

정비사업은 한 단계만 멈춰도 전체 일정이 늦어집니다. 조합설립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허가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도 이주를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르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납니다. 분담금이 커지면 주민 갈등이 발생하고,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이 길어지면서 착공은 다시 미뤄집니다.

결국 규제 하나가 사업을 멈추면 사업기간 증가, 금융비용 상승, 분담금 증가, 주민 갈등, 착공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면서 이 과정의 규제를 그대로 둔다면 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실제 서울 주택시장에서 대출 규제와 전세가격, 지역별 수요에 따라 집값이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 궁금하다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집값 변화, 똘똘한 한 채와 지역별 양극화 분석 글을 참고해 보세요.

 

어떤 규제를 풀어야 할까요?

정비사업 초기에는 조합설립과 인허가 기간을 줄여야 합니다. 여러 심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보다 동시에 검토할 수 있는 절차는 병행하고, 행정기관별 처리기한도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주비 대출은 새로운 주택을 사기 위한 대출과 성격이 다릅니다. 기존 주택을 비우고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자금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똑같이 제한하면 착공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정부에 이주비 대출 LTV를 40%에서 70%로 완화하고, 민간 정비사업의 법적 상한 용적률을 1.2배까지 확대할 것을 건의했습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출처: 서울주거포털, 「재개발·재건축 속도 제고를 위한 10대 법령 개정안」)

다만 조합 회계 공개와 공사비 검증처럼 주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제도까지 없애서는 안 됩니다. 사업을 불필요하게 지연시키는 규제는 풀되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공사비 검증은 강화해야 합니다.

재개발 활성화와 전월세 안정은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정비사업을 늦추면 새로운 주택의 입주 시점도 뒤로 밀립니다. 단기적인 이주 부담을 피하려다 장기적인 공급 부족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재개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업장의 이주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순서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주변 전월세 물량을 확인하고 임시거처와 공공임대, 민간 임대주택을 확보하면서 정비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서울의 전세 매물 부족이 경기지역의 전세 수요와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면 경기도로 번진 전세난, 서울 전세수요 이동과 신혼부부 주거 전략 글을 참고해 보세요.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6년 5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6.8%, 월세가격은 6.6% 상승했습니다.

매매가격 안정도 중요하지만 다수의 무주택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전세와 월세를 안정시키는 일은 더 시급합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는 반드시 이주 시기 분산과 임대주택 공급 대책이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전월세 불안을 이유로 재개발을 늦출 것이 아니라, 재개발은 빠르게 추진하고 이주 과정의 전월세 수요는 별도로 관리해야 합니다.

공급정책은 착공 실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정부가 공개해야 할 핵심 숫자는 신규 후보지와 예정 물량만이 아닙니다. 계획된 사업 가운데 실제 착공으로 넘어간 비율, 관리처분인가 이후 착공까지 걸린 기간, 연도별 입주 물량을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서울 주택공급 정책의 성패는 47만 가구를 계획했다는 발표가 아니라 공사 중인 32곳을 얼마나 빠르게 늘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공이 모든 주택을 직접 공급하려 하기보다 민간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공공은 인허가와 갈등 조정, 전월세시장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서울 주택공급을 늘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새로운 계획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실제 착공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 본 글은 부동산정책과 시장 흐름을 분석한 내용이며 특정 지역이나 주택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서울 재개발 재건축 계획은 많은데 왜 새집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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